雜說/잡썰

미니 쿠퍼

image teller 2017. 1. 1. 00:30

아내의 차를 바꿀 때가 됐다. 맞벌이라 차를 두대씩 굴릴 수 밖에 없는데 유지비가 꽤 들어가지만, 그러려니 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좋은 동네에 사는 것도 아니고, 매일 가방에 책에 한보따리씩 들고 출퇴근하는 아내에게 대중교통을 강요하는건 너무 가혹하다. 예전부터 눈에 들었던 차가 바로 미니 쿠퍼인데, 2016년 마지막날에도 성실한 딜러들이 근무를 한다고 해서 예약을 잡고 시승도 해볼겸 다녀왔다. 타본 것은 처음인데 역시나 명불허전. 실내가 좁은 편이지만, 그런대로 탈만하고, 무엇보다 깜찍한 디자인 때문에 용서가 된다. 주행성능은 한마디로 톡톡 튄다. 노면에서 전해오는 진동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딱딱하다. 그렇다고 거친 느낌은 아니다. 뒤뚱거리면서도 잘 치고 나간다는 느낌? 꽤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으니 거침없이 차고 오른다. 맘에 든다. 차를 고르는 기준은 정말 십인십색이다. 누군가 새차를 뽑는다고 하면, 조언이랍시고 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차를 강권하다시피 한다. 그냥 지가 꽂힌 차를 사면 그게 정답이다. 

 

대구에 공식 딜러가 있어 편하다. 자체 정비공장을 갖고 있으니 AS도 불편하지 않다. 경험상 수입차 한푼이라도 싸게 사려면 해당 차종의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뒤, 관심있는 모델의 견적을 부탁한다는 글을 올리면 전국의 딜러들이 쪽지를 보내온다. 그 중에 가장 괜찮은 조건을 들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딜러에게 가지고 가서 그대로 맞춰 달라고 요구하면 대충 맞춰 준다. 아무래도 서울과 수도권의 딜러들이 많이 팔테니 지방보다 조건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서울, 수도권보다 몇십만 원 더 비싸다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사는게 낫다. 그래야 추후 관리나 AS가 편하다. 차이가 몇 백 정도 난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얼마전 회사 후배가 꽤 괜찮은 수입차를 샀는데 천만 원 가까이 현금  DC를 해줬다고 한다. 수입차에서 정가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미니는 볼수록 참 예쁘다. 아내가 주로 탈테고, 주말에는 나도 좀 타려고 한다. 가격이 문제인데 워낙 인기있는 차종이라 생각보다 많이 깎아주질 않는다. 다른 서비스를 요구하든지 협상을 좀 더 해봐야겠다. 진상질은 아니지만, 한두푼 하는 제품이 아니고, 장기간 할부로 사야 하니 최대한 받아낼 건 받아내볼 생각이다.

 

현대기아차에 대해서는 뿌리깊은 불신이 있다. 지난 2006년, 자동차 부품 관련 알아볼 것이 있어서 미국에 출장을 갔었다. 아버지가 장애 5급이어서 당시 현대 쏘나타 LPG 모델을 계약하고 출장길에 올랐었다. 차값만 1,600만 원. 택시로 나가는 모델이라 옵션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완전 기본 중의 기본 옵션 차량이었다. 선루프를 몹시 하고 싶었지만, LPG 모델이라 안되는 것이었다. 하긴 국산차의 옵션 장사는 악명이 높다. 꼭 필요한 옵션을 하려면 패키지로 묶여 있는, 필요없는 옵션 몇개를 더 붙여야만 하는 형태. 마티즈 사러 갔다가 그랜저 사서 나온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하여튼 미국에 도착해서 현지 현대 딜러사를 방문해서 쏘나타를 봤을 때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껍데기는 쏘나타지만 2,700cc 엔진에 내장은 그랜저. 그런데도 현지 판매가격은 14,000달러에 불과했다. 내가 계약하고 온 LPG 깡통차는 1,600만 원. 우째 이런 일이... 현대기아차가 수출해서 적자 내고 내수로 만회한다는 의혹, 나는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시절, 주차장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손님이 주차해 놓은 수입차의 본네트에 누군가 밤새 '매국노'라고 커다랗게 긁어놓고 간 일이 있었다. 외제차 타면 매국노라고 매도했던 시절이었다. 순진한 국민들의 애국심에 기대어 얍삽하게 장사하는 대기업들. 한국회사든 외국회사든 얍삽하게 장사하면 안팔아주면 그만이다. 

 

계약을 잠시 미루고 2016년의 마지막날이라 아내, 딸과 함께 간만에 외식하고 집에 왔다. 두툼한 스테이크 씹으며 아내와 과연 미니 쿠퍼의 할부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진지하게 의논했다. 포스팅을 하는 동안 2016년이 지고, 2017년이 밝았다. 새해 새 차와 함께 복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