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스컵 요트 대회
올해 목표는 요트 면허를 따는 것이다. 지난 해 필기시험은 합격했는데 문제는 실기시험이다. 이게 매우 까다로워서 돈도 많이 들고, 배워야할 것도 많다. 지난 해 마리나 산업 관련 일을 하면서 요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마침 30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가까운 형님이 요트를 한 척 갖고 계셔서 면허만 있으면 언제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 요트를 살 형편은 안되지만, 사람 일을 알 수가 있나. 혹시 말년에 번듯한 요트 한 척 갖게 될지도... 지난 해 11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아메리카스컵 요트 대회가 열렸다. 첫 대회가 1831년이니 무려 165년의 역사를 가진 대회다. 165년 역사 가운데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지난 해 대회가 처음이었다. 후쿠오카까지야 대구에서 직항이 있으니 서울 가는 시간보다 가까운 거리라서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대회가 열린 곳은 후쿠오카 야후돔 근처인 모모치 해변이다. 올해 대회 스폰서는 루이비통. 일본측 스폰서는 소프트방크다. 후쿠오카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방크 호크스의 연고지라서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는데 알아보니 소프트방크가 후쿠오카시에 대회 유치를 제안해서 성사됐다고 한다.
관람객들이 상당히 많다. 입장권 가격이 무려 9천 엔,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넘는데도 말이다. 제휴 카드 할인 같은 건 눈을 씻고 봐도 없는걸 보니 모두 제돈 다주고 온 사람들일테다. 나야 업무 관련 패스를 미리 신청했기 때문에 비용을 들이지 않았지만, 입장료가 10만 원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비싸다. 하긴 165년 대회 역사 중 아시아 첫 개최지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아시아 첫 개최지가 일본, 그 중에서도 후쿠오카라고 하니 일본인들, 특히 후쿠오카 시민들은 자부심을 가질 법도 하다. 대회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일본 예능에 자주 출현하는 백인 남자가 사회를 맡았는데 일본어를 정확히 구사한다. 대회에 출전한 6개 나라 대표가 모두 나와서 인사를 한다.
일본팀 단장과 스폰서인 소프트방크의 손정의 사장이 나왔다. 손정의 사장이 나오자 일본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가장 성공한 재일교포라는 손마사요시 사장. 이름은 일본식으로 쓰더라도 성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 옆에 서 있는 일본인이 '손 상'이라고 호칭하는걸 들을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실제로 보니 반가웠다. 손정의 사장의 조상은 내가 살고 있는 대구 동구가 연고라서 조상묘도 동구에 있다. 대구 동구청이 매년 그 묘를 벌초하는 등 정성들여 관리하는데 분명히 뭐 바라는게 있어서일게다. 하지만, 아직 손정의 사장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한다. 레드불 묘기 비행쇼도 펼쳐졌다. 역시 스케일이 다른 세계적인 대회였다. 유튜부에서나보던 레드불팀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왜 저 쇼를 동영상으로 찍을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쉽기만 하다.
대회가 시작됐다. 출전팀은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뉴질랜드. 모두 6개 나라다. 스폰서가 중요한데 일본은 소프트방크, 미국은 오라클, 영국은 랜드로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대회 규정이 재밌는데 선수들은 다국적으로 구성할 수 있지만, 배는 출전국에서 건조한 배만 출전할 수 있다. 그 나라의 첨단 조선기술과 공기역학, 물역학 등 기초과학이 총동원된 배로 자존심을 건 경쟁을 펼친다. 배 한척의 가격은 우리 돈 천억 원이 넘는다. 일본팀의 경우, 배값 천억 원에 팀의 1년 운영비도 그만큼 든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세계 요트시장은 서구 선진국들의 독무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 정도.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 각종 규제와 민원 때문에 제대로된 마리나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대회는 사흘동안 치러지는데 이번 일본 대회에서는 영국팀이 우승했다. 올해 3월 쯤 버뮤다에서 또 대회가 열린다. 후쿠오카 대회 시설을 보니 부산이나 제주도 정도면 충분히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10만 원 넘는 입장료를 내고 보러 갈 사람이 있겠느냐 하는 것. 레저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동호인이 두텁게 형성돼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지원은 하되, 규제하지 않아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지원이 곧 규제, 강제와 같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
▲주대회장인 모모치해변 특설무대
▲소프트방크 손정의 사장
▲레드불의 비행쇼
▲천억 원이 넘는 요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