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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과 포스코

image teller 2017. 1. 6. 15:42

포스코는 포항의 상징이다. 1968년 4월 1일 용광로에 첫 불을 지피면서 포스코의 옛 이름인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의 역사도 시작됐다. 익히 알다시피 포스코는 대일청구자금으로 설립된 국민 회사다. 일제 식민지 36년의 역사를 돈으로 보상받아 세운 회사라는 말이다. 포스코는 아픈 역사의 상징이자 산업화의 상징이다. 이 사실은 두고두고 포스코의 발목을 잡는다. 공기업인 포스코가 지난 2000년 9월 민영화됐지만, 대일청구자금으로 세운 회사가 민영화됐다고 해서 공공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사실상 공기업이다보니 최고경영자를 정권에서 내려보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부와 포스코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최고경영자 인선에 관한 잡음이 매번 터져나왔다. 과거 MB 정권 최고 실세였던 만사형통 영일대군 이상득 전 의원도 포스코에 압력을 넣다가 구속됐고, 4선 의원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냈던 포항의 실세 이병석 전 의원도 포스코에 장난 치다가 구속되면서 한(?) 많은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선거 때마다 포항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포스코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포스코는 묵묵히 철을 생산해낼 뿐이다.

 

포항시민들과 포스코는 애증의 관계다. 포항이 포스코 때문에 먹고 산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 오염의 문제, 지역 공헌의 문제 등등으로 포스코에 바라는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민영화된 기업인데, 포항시민들의 기대가 부담스러울만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그게 포스코의 운명인 것을. 분명한 것은 포항이 있어 포스코가 있고, 포스코가 있어서 포항이 있다는 것이다. 포항과 포스코는 영원히 함께 가야할 동반자임에 분명하다.

 

철강산업이 예전같지 못하면서 포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긴 지금까지 몇십 년 철강산업으로 우려 먹었으니 이제 새로운 먹을거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오긴 했다. 첨단 로봇이니 3D 프린팅이니 타이타늄이니... 돈된다는 건 다 끌어와서 미래 먹을거리로 육성한다는게 공무원들의 마인드다. 여기도 하고 저기도 하는 산업. 차별성이 없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전망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바다를 활용한 관광, 해양레저산업인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리나도 만들고, 수상레저 체험장도 만든다고 하지만, 돈들여서 시설 만드는 건 누가 못하나. 문제는 선택과 집중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에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니 모든 게 하향평준화되기 마련이다. 포항시의 정책을 보면 목표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첨단산업 도시를 지향하는지, 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는지, 환동해 물류중심도시가 목표인지 모르겠다. 모든걸 다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포항 사람들은 늘 보는 것이라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지인들에게 포스코의 야경은 꽤 볼만한 구경거리다. 그 유명한 포항제철이 바로 저기라는 것에 한번 놀라고 용광로에 삭막한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저렇게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곳이었다는데 두 번 놀라기 마련이다. 포항시의 야관경관 조명 개선 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포스코 야경이다. 역시 포스코는 포항의 상징이다. 앞으로 차차 소개하겠지만, 포항에는 꽤 볼만한 것들이 많다. 포항시민이든, 공무원이든, 정책 결정자이든 늘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모를 뿐이다. 포스코 야경도 그 중 하나다.

 

전임 시장이 싹 바꿔놓은 영일대해수욕장(과거 북부해수욕장)도 가볼만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사계절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산책로만 잘 만들어놔도 사람들이 모인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늘어선 술집과 모텔, 일관성 없이 요란하기만 한 간판, 새벽이면 넘쳐나는 쓰레기. 이미 난개발로 얼룩진 곳이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개성있는 노점상을 도입하되, 허가제로 철저히 관리하면 해외 유명 관광지 부럽지 않은 명물이 될 거라고 제안해봤지만, 기존 상인들 민원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역시, 민원이 제일 무섭다.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방법이라도 민원이 생길 소지가 있으면 안된다.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관철시키는게 행정이고 정치 아니던가.

 

 

 ▲포스코 야경

 

▲영일대해수욕장. 언뜻 보기 좋지만, 딱 거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