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록/해외

雪國 가기 일주일전

image teller 2017. 1. 7. 11:55

딸의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길게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처음엔 유럽이나 미주를 생각했지만, 2주 이상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그 다음 생각한 곳이 괌, 필리핀 등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마침 딸과 아내가 수영에 입문해 예전처럼 물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게 됐고, 나 역시 프리다이빙 기초는 배운터라 하루종일 물에서 노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곳은 3박 4일 정도면 족할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고 결국 결정한 곳이 홋카이도였다.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장면처럼 터널을 지나자 온 세상이 눈인 곳을 보고 싶었다. 홋카이도는 4년전 여름 캠핑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눈을 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계획은 이랬다. 대구에서 후쿠오카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후쿠오카에서 JR을 타고 홋카이도까지 가는 여정. 그런데 열흘 정도로는 거의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하루에 한 도시씩 옮겨 다니고, JR 전국 패스를 끊어서 간다면 가능하기도 하겠지만, 그건 여행이 아니라 거의 행군이 될게 뻔했다. 적어도 3주 정도 시간이 된다면 일본의 남쪽에서 북쪽 끝까지 천천히 유람할 수 있겠지만, 열흘로는 도저히 무리였다. 차선책으로 계획한 일정이 바로 아래의 일정표다.

 

 

 

마침 대구공항에서 삿포로까지 직항이 생겨 편리했다. 도쿄를 가본지 오래돼 도쿄에도 이틀 정도 머물기로 했다. 간다 고서점가와 심야식당을 찾으로 가부키초에도 가볼 참이다. 도쿄에서 하코다테까지는 작년 3월에 개통된 신칸센을 타기로 했다. 그런데, 세 식구 신칸센 요금이 편도에 60만 원이 넘는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ANA(전일본공수)에서 외국인에게만 파는 일본 국내선 항공기 요금이 30만 원. 딱 절반 가격이다. 신칸센을 탈 경우, 시간도 맞지 않아 이래저래 무리였다. 결국 신칸센은 포기하고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도쿄에서 하코다테로 간 뒤, 하코다테에서 하루 머물며 그 유명한 하코다테 야경을 즐기기로 했다. 하코다테는 딱 하루 코스로 적당하다고 하니, 바로 노보리베츠로 이동해서 온센료칸에 머물 예정이다. 하코다테에서 노보리베츠까지는 특급 열차를 이용한다. 눈 덮힌 평원과 터널을 지나는 아름다운 철도길이 기대된다. 노보리베츠에서 온천을 즐기며 하루를 머문 뒤 쿠시로로 갈 예정이다. 쿠시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지만, 개인적으로 2006년 두루미 관련 일 때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철새인 두루미를 철저히 보호해 텃새화 시킨 곳이다.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2천여 마리가 모여 사는 도시다. 10년 전 국제 두루미 보호 단체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모모세 유리아씨와 함께 일을 했는데, 그 때 유리아씨에게 '딸이 크면 꼭 한번 데리고 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대로 된 셈이다. 다행히 유리아씨랑 연락이 닿아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유리아씨가 내게 10년 전 약속을 지켰다며 흐뭇해한다. 여행 마지막날은 삿포로에서 하루를 머문다. 귀국하는 비행기가 저녁 7시라서 여유가 있다. 여름 홋카이도 여행 때 못봤던 삿포로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다. 특히, 지난 번 먹었던 양고기 요리, 징기스칸을 꼭 다시 먹고 싶다. 또, 일본사람들의 소울푸드인 닭고기 커리 수프도 맛봐야 한다. 하코다테에서는 아침시장의 신선한 해산물덮밥, 카이센동을 먹을 생각이다.

 

여행은 준비할 때가 제일 즐겁다. 현지에서 준비한 대로 딱딱 들어맞으면 그것대로 즐겁고, 계획과 조금 달라진다고 해도 또 그것대로 재미가 있다. 요즘 홋카이도에 때때로 폭설이 내려 공항이 마비된다고 하는데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또 그것대로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