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돼지 두루치지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원나잇 푸드트립이라는 프로그램을 한다. 본방을 지켜서 보지는 않지만, 꽤 호감이 가는 프로그램이라 채널 돌리다가 나오면 반갑다. 방송을 보던 중 눈에 익은 식당이 나오길래 자세히 보니 작년 가을 제주도 갔을 때 갔던 그 식당이 맞다. 표선면 가시리 가시식당. 제주도식 돼지 두루치기와 몸국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유명한 맛집이다. 제주도식 돼지 두루치기는 작년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우연히 맛본 적이 있는데 육지 것과는 다른 맛이었다. 삼겹살집에서 기본으로 나오는 콩나물과 무우채 무침, 파재래기를 같이 넣어 볶아 먹는 식이다. 제주도 돼지고기야 워낙 맛으로 유명하지만, 삼겹살집 기본 반찬과 함께 볶아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그 맛을 잊지 못해 가을 제주도에서 친구에게 말했더니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가자고 한다. 역시 명불허전. 맛있었다. 처음 맛보는 몸국도 좋았다. 해초와 돼지고기를 푹 삶은 국인데 끈적끈적하고 찰진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돼지 두루치기를 시키면 작은 몸국이 따라 나오는데 그걸 모르고 따로 시켰더니 양은 좀 많았지만,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가시식당이 TV에 나오기 전 가서 다행이었다. 방송을 탔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한참을 줄섰는데 고기 다 떨어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 낭패를 겪을지도 모른다.
제주도에 몹시 가고 싶어진다. 딸이 갓 돌을 지났을 때 처음 제주도를 가봤는데 실망의 연속이었다. 물가는 비싸고, 괜히 바가지 쓰는 것 같은 느낌만 들었다. 경주든 전주든 어디든 국내 관광지는 다 똑같다는 생각에 돈이 아까웠었다. 하지만, 그 때는 아무런 정보없이 그저 단체관광객들이 가는 코스로 다녀서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을 내서 정보를 찾아보고, 제주도에 대해 잘 아는 친구와 함께 가니 몰랐던 제주도의 속살들이 드러난다. 작년 가을 오름에서의 캠핑이 대표적인 사례다. 역시 작년 여름 가족여행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경험도 좋았다. 아웃도어를 즐기고, 특히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제주도만큼 좋은 곳이 없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공항이 있고, 제주도까지 직항이 있으며, 인터넷 발품을 팔면 왕복 10만 원 미만의 비행기표를 구할 수도 있으니 이보다 어찌 더 좋으랴. 이번 겨울은 틀린 것 같고, 따뜻한 봄이 오면 텐트 하나 챙겨서 제주도로 가야겠다. 괜한 프로그램을 봐서일까 제주도가 머릿 속을 계속 맴돈다.
▲제주도 표선면 가시식당. 원나잇 푸드트립에 나왔다.
▲제주도식 두루치기. 삼겹살집 쯔끼다시와 같이 볶아먹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