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說/일드와 일영

[일드]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 수첩

image teller 2016. 12. 27. 11:19

고서점에 흘러들어온 헌책에 얽힌 수수께끼와 사건 등을 해결하는 내용이라는 네이버 정보를 보고 흥미가 생겨 다운받아 보고 있다. 일드 중에서도 수사물과 미스테리물을 즐겨 보는 편이다. 8편까지 봤는데 기대했던 내용과는 다르다. 헌책의 내용과 현실이 묘하게 얽히면서 기괴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천재적인 두뇌로 해결해 나가는, 다빈치코드와 같은 내용일 줄 알았는데 사건이라는게 너무 일상적이다. 예를 들어 8편의 에피소드는 책 경매에서 책이 한권 없어졌는데 범인을 잡고 보니 이혼한 전처와의 추억이 담긴 책이어서 훔쳤다.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러고보니 헌책에는 씌어진 이야기도 있지만, 그 책 자체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는 주인공의 독백이 수시로 나왔었다. 


기대와는 다르지만 꽤 재밌게 보고 있다. 헌책을 소재로도 11편 짜리 짧지 않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놀랍다. 일본드라마의 소재는 정말이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뭐 저런걸로 드라마를 다 만드냐'는 생각이 들지만 보고있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드라마가 꽤 있었다. 곁가지로 새지 않고 주제에 집중한다. 


이 드라마 역시 그렇다. 특히 매회 마지막, 등장했던 책의 내용을 짧게 요약한 그림+자막 구성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헌책 오타쿠들만 나오는 드라마지만, 오타쿠의 대상이 책이라서 그런지 별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책읽는 행위의 숭고함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내용에 언제부턴가 책을 멀리하고 있는 나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괜찮은 드라마다. 아직 헌책에 가치를 부여하고, 헌책방이 성업 중인 일본이라서 가능한 내용이다. 대학시절 학교 앞 작은 서점을 즐겨 찾고, 누군가의 생일에는 그 책방에서 시집을 사서 선물하던 추억을 갖고 있는 세대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다. 헌책방은 물론이고, 동네 서점의 경영난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다음 달 도쿄에 가면 시간 내서 간다(神田) 고서점 거리를 꼭 가봐야겠다.


나는 일본 드라마를 스마트폰으로 본다. 노트북 껐다 켰다하는게 귀찮아서 스마트폰에 넣어 침대에 누워 한편씩 보고 잔지 꽤 오래됐다. 일본어 공부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오랜 시간 일본어를 공부했지만, 전혀 늘지 않다가 몇년 전부터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자막있는 드라마를 봤는데 6개월 정도 지나니 대충 들리는 것 같아 자막없이 봤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나니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도 거의 90% 이상은 이해하는 것 같다.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를 보는게 도움이 된다.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확실히 효과가 있다. 드라마는 매일 짧은 시간동안 적어도 열흘 이상 보게 되니 지속성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외국어 배울 때 늘 듣는 말이 있지 않은가. 외국어 공부는 하루 30분씩이라도 매일 하는게 제일 중요하다는 말. 그 말이 맞더라. 게다가 드라마는 재미가 있으니 지루하지 않은 공부가 된다.

 

 

일본 드라마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후지TV/2013년 1월13일~3월25일/총11편/고리키 아야메, 아키라 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