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說/잡썰
겨울 방어
image teller
2016. 12. 27. 23:01
좋은 기회가 생겨 방어를 맛볼 수 있었다. 역시 겨울에는 방어다. 원래 제주도 모슬포가 방어 주산지여서 겨울만 되면 비행기 화물칸이 방어로 넘쳐났는데 바닷물 온도가 바뀌어 요즘은 강원도에서도 방어가 그렇게 많이 잡힌다고 한다. 제주 방어면 어떻고 강원도 방어면 어떠랴. 한껏 살이 올라 기름진 살집이 두툼하게 씹히니 방어는 역시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회를 뜰때 두툼하게 써는 것이 포인트인데 이 집은 좀 얇은 것 같다. 싸구려 막회가 대세인 포항에서 뭘 더 바라겠냐는 생각에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먹기로 했다. 생와사비를 회에 얹어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비릿함이 일품이다. 역시 겨울 방어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방어살도 추위에 잔뜩 긴장한 듯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만큼 씹는 맛이 그만이다. 꽤 비싼 어종이어서 큰맘 먹어야 먹을 수 있는지라 감사한 마음으로 한 점 한 점 음미하며 맛을 봤다. 그러고보니 겨울 방어를 맛본지가 꽤 된 것 같다. 정년퇴직하시는 선배님이 특별히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방어를 회사 앞 식당에 부탁해 한 상 차려 먹은게 몇년 전이던가. 청도에서 감말랭이 공장을 차리신 선배님의 안부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소폭을 말아 먹었는데 분위기 띄우는데는 그만이지만, 뒤끝이 별로 좋지 않아 내일이 걱정이다. 그래도 안주가 좋으니 술술 잘 넘어간다. 간만에 입이 호강했던 시간이었다.